문재인 탐구생활 4화 - 유기견 지순이 이야기
2014년 12월 문재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유기견 ‘지순’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풍산개 ‘마루’는 사진으로도 자주 소개가 되어서 알고 있었지만 유기견 ‘지순’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문재인 대표가 들려주는 유기견 이야기입니다.
내게도 유기견 이야기가 있습니다. 좀 신기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7월, 우리 집 개가 새끼를 7마리 낳았다는 소식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그 어미개 ‘지순’이 마을 외곽을 떠돌던 유기견이었습니다.
갈색 진돗개 잡종으로 보이는 녀석은 사람을 아주 무서워해서 가까이 다가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먼 거리에서 모습을 볼 때도 사람의 눈길을 느끼면 황급하게 도망가곤 했습니다.
녀석이 주로 지내는 곳은 동네 뒷산이었습니다. 동네 뒷산을 산책하노라면 녀석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멀리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녀석을 ‘늑대개’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어느 때부턴가 우리 집 마당을 들락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의 수놈 개 ‘마루’를 보러오는 것입니다.
아침에 잠을 깨어 마당으로 나가보면, 녀석이 ‘마루’의 개집 우리 옆에 있다가 부리나케 도망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도망칠 때 빠져나가는 구멍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막아도 소용없었습니다. 허술한 울타리에서 녀석은 금방 금방 다른 구멍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뒷산 산책을 가던 ‘마루’가 뭔가 심상찮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뒷산 산책로 초입에 누군가 옛날에 짓다만 간이 정자 같은 게 있습니다. 평소 무심하게 지나다니던 곳인데 ‘마루’의 행동이 이상해서 살펴보니, 정자 바닥 아래에 개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만한 틈이 있었고 그 안쪽으로 낮지만 꽤 깊숙한 동굴 같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지 한 달 채 안된 강아지 6~7마리가 그 안에서 꼬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몇 번 더 가서 살펴봤지만 어미 개는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지 늘 없었고, 강아지들이 사람을 반겼습니다. 강아지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젖을 떼고 나면 어미가 먹이를 구해 먹이는 것부터 쉽지 않을 터였고, 강아지들이 굴 밖으로 나가게 되면 집을 잃거나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에게 해를 당하기 십상이었습니다.
“어쩌면 좋아요?”
걱정하던 딸이 결국 강아지들을 모두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사료를 먹을 때까지 보살펴주다가 이웃에 한 마리씩 나눠줬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유기견 강아지들을 한 마리씩 맡아서 돌봐주게 된 셈입니다.
강아지들을 데려다 놓자 ‘지순’은 더 자주 와서 사람들 눈을 피해 강아지들을 돌봤습니다. 짐작대로 ‘지순’이 어미였습니다. 녀석이 동굴 속에서 혼자서 새끼들을 낳고 키워온 것은 무척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이웃에 나눠준 강아지들이 자라면서 아빠 개가 누군지도 확인됐습니다.
강아지들은 흰색과 갈색이 반반이었는데, 흰색 강아지들이 자랄수록 풍산개 ‘마루’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모습이 됐습니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개 ‘마루’가 아빠였던 것입니다.
강아지들이 다 떠나가자 ‘지순’은 마치 자기 집이나 되는 듯이 더 자주 우리 집에 와서 ‘마루’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건 여전해서 사람이 나타나면 멀찌감치 도망갔다가 다시 ‘마루’ 곁으로 되돌아오곤 했습니다.
녀석은 ‘마루’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서 일편단심으로 ‘마루’를 따라다녔습니다. ‘마루’를 데리고 산책이라도 가노라면 녀석은 신기하게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늘 먼발치에서 뒤따라오곤 했습니다.
녀석은 우리가 마당에 내놓은 사료를 먹으면서도 뒷산에서 때때로 족제비, 고라니 새끼, 산토끼 등을 잡아와서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잡아 온 짐승들을 어딘가 숨겨놓고서 먹곤 했는데, 놀라운 것은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마루’에게 고기를 가져다주는 것이었습니다.
녀석의 ‘마루’에 대한 일편단심 지극한 사랑은 이웃 사람들이 다 알 정도가 됐습니다. 그래서 녀석의 사랑이 지순하다는 뜻으로 ‘지순’이라는 이름이 됐습니다.
그런데 난처한 일이 생겼습니다. ‘지순’이 동네 암캐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수놈은 건드리지 않고 암캐들만 공격했는데, 너무 심하게 물어서 반죽음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루’를 독점하려는 질투 때문이란 게 동네 사람들의 해석이었습니다.
결국 ‘지순’을 붙잡아 유기견 센터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의논 끝에 119 구조대에 신고해서 마취주사 총으로 녀석을 붙잡았습니다. 잡고 보니 녀석은 새끼 때의 목 끈을 그대로 매고 있었고, 목이 굵어지면서 목 끈이 목살을 파고들어 상처가 깊고 심하게 곪아 있었습니다. 유기견 센터에서는 그런 상태로는 입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락사 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순’을 유기견 센터로 보내지 않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곪은 상처를 수술해 주었습니다.
상처가 다 나은 후, 녀석을 다시 붙잡아 관리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어찌나 영리하고 재빠른지 붙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먹이로 유혹해보기도 하고, 여럿이서 구석으로 몰기도 하고, 수의사가 처방해준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사용해 보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녀석은 곯아떨어진 것 같다가도 사람이 다가가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일어나서 도망갔습니다.
녀석을 붙잡은 건 상상 밖의 방법이었습니다. 어느 날 가족들이 ‘마루’를 마당에 풀어놓은 채 외출했는데 ‘마루’와 ‘지순이’가 사랑을 나누다가 가족들이 돌아오니 ‘마루’가 ‘지순’을 제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개집에 갇히게 된 ‘지순’이는 임신해서 7월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새끼 7마리는 모두 건강하게 자라서 트윗에 약속한대로 신청자들에게 선착순으로 분양됐고, 서울, 부산, 양산으로 흩어졌습니다.
세상에 귀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습니다. 유기견 ‘지순’과 그 새끼들을 통해 생명의 귀중함과 인연의 불가사의함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출처
2014.09.10(수) 트윗 약속을 지킨 날. 풍산 강아지들을 떠나 보내다.
양산 문재인 의원님 댁에서 풍산개 강아지들을 떠나보내며
양산 문의원님 댁 강아지 분양받는 날(1)
양산 문의원님 댁 강아지 분양받는 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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