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탐구생활 12화 - 문재인의 학창시절(2) 건축가 승효상 이야기
부산의 명문고인 경남고를 수석입학한 문재인. 당시 경남고 동기들은 ‘문과 1등은 문재인, 이과 1등은 승효상’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축가 승효상씨는 <그 남자 문재인>이란 책에서 문재인의 학창시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습니다.
1942년 설립된 경남고등학교는 부산고등학교와 부산에서 쌍벽의 명문이다. 두 학교 모두 평준화가 되기 전에 서울대학교 입시에 매년 150명 이상의 합격자를 낼 정도로 부산과 경남 일대의 수재들은 모두 이 두 학교로 모여들었다.
경남고가 위치한 곳은 대신동인데 지금은 부산의 도시발전 축에서 완전히 비켜나 있지만 원래는 부산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어서 좋은 집안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이 경남고로 몰렸다. 이는 경남지방 출신들이 주로 가던 부산고와 교풍을 다르게 만든 요인이었다. 구덕산을 가운데 두고 서편의 기슭에 경남고가 있고, 그 너머 초량에 부산고가 있는 것을 두고 서로를 구덕상고 초량농고로 부르며 놀려대기까지 했다. 그러니 경남고의 주류는 비교적 부유한 집안환경의 학생들이었으며 이중에서도 경남중학교 출신이면 확실한 주류로 학교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나는 여기에 들지 못했다. 내 부모님은 이북에서 파난 나온 실향민이어서 부산 출신도 아니었고 가난했던 데다가 나는 경남중학교 출신도 아니었다. 당연히 비주류였다. 또한 그 다이 나의 주된 관심이 신학의 문제에 있었던 것도 나로 하여금 학교생활을 늘 겉돌게 만들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사춘기적 고민에 휩싸였던 나는 학교가 끝나면 중국집 이층에서 고량주 나발을 불었고 담배도 연신 피워댔으며 교회 목사와 대립하며 대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 학교에 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했다. 학교생활 전체를 통틀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많았다. 그래도 공부는 늘 잘하는 축에 속했고 학교에서는 말썽도 피우지 않았으니 선생님도 나를 사고가 깊은 학생인 줄만 믿고 내게 간섭하지 않았다. 소위 지능적 불량학생이었다.
문재인은 나와 달리 문과반이어서 같은 반도 아니었고 내가 학교에서 늘 비켜나 있는 까닭에 만나 이야기 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매월 전학생의 전교 성적 석차가 게시되어 늘 앞선 대열에 있는 그의 이름은 눈에 항상 익었다.
그도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경남중학교 출신이어서 공부도 잘하는 그가 당연히 주류에 속한 학생일 것으로 여겼다. 아마도 수도 없이 교정에서 만나고 헤어졌을 떼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빙긋이 웃기만 했을 뿐이다.
문재인의 소식을 졸업 후에 처음 들은 것은 1970년대 초 대학 시절이었다. 놀랍게도 그가 재수한 후 경희대 법대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알고 믿는 한 서울대 법대생이어야 했다. 뭔가 이상했다. 그러고는 알게 되었다. 그도 나처럼 이북에서 피난 온 집안 출신이며 역시 가난했고 원래 비주류였다고 했다.그래서 늘 말이 없었던가. 한참을 지나 1989년도 부산 동의대 사건 대 변호사로 등장한 그를 보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확실히 비주류요, 아웃사이더적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와 산의 경계부에 위치한 경남고는 담장 밖이 바로 숲이어서 수업 중에도 담을 슬쩍 넘어 산중으로 가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학교라는 경계를 벗어나 찾은 불량한 자유여서 수원지에 앉아 술을 마시는 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냥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곤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나도 몇 번을 넘나든 적이 있는데 숲을 지나다 이따금 마주치는 애들은 경계안의 시가에서 보면 모두 문제아들이었다. 문재인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혹시 그도 몇 번은 넘어 왔었을 게다.
문재인은 언제든지 우리 사회의 주류로서 기성제도권의 경계 속에 잘 머물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그러나 그는 늘 그 주류적 위치를 거부하고 경계 밖으로 나갔다.
역사적으로 사회를 주류가 바꾼 적이 없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는 창조적이고 헌신적인 소수”라고 했다. 내가 본 문재인은 철저히 이에 속한다.
승효상 씨는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하신 분으로 유명합니다. 2012년,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한 승효상씨가 경남고 동기 문재인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은 1등을 했지만 저는 한 번도 1등 한 적이 없어요. 문재인은 공부는 잘했지만 항상 아웃사이더 적으로 놀았어요. 아웃사이더가 원래 기존 제도에 비판적 관심이 있죠. 지금도 말이 없지만 그 때도 도통 말이 없었어요.”
출처
1) <그 남자 문재인> 2012년, 리얼리스트, ‘역사를 바꾸는 것은 창조적 소수’ 승효상
2) 경향신문 2009년 8월 9일,‘노前대통령 묘역 공간디자인 한 건축가 승효상’
3) 노컷뉴스 2012년 9월 7일, 승효상 "광화문광장, 세계 최대 중앙분리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