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탐구생활 8화 - 네팔 유엔직원이 만난 문재인
네팔 현지 언론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6월 28일 네팔 지진피해 현장에서 여러 가지 구호활동 하고 있는 여러 한국 NGO 사람들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유엔개발계획(UNDP) 같은 국제기구에서 네팔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젊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 외에는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 힘들었는데 문재인 전 대표를 만난 유니세프 네팔 사무소 김형준 씨가 블로그를 통해 이 날 있었던 일을 알려주셨습니다.
김형준씨가 만난 문재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글 전문을 소개합니다.
문재인 전 대표님이 네팔에 온다는 기사를 본 게 한 2주 전, 그리고 어제 난 문 전 대표님을 네팔에서 만나게 되었다.
시작은 다른 기구에서 일하는 J씨께서 문 전 대표님 측에 먼저 연락을 해서 이루어졌다. 유엔이 지진복구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도 하고, 유엔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약간은 생뚱맞을지 모르는 제안에 선뜻 응하셨고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단출했던 방문단
만남이 성사가 되고서도 여러모로 걱정했다. 혹시라도 차에서 기자들하고 막 보좌관들이 줄줄이 내려서 문 전 대표님을 쫒아 다니며 사진을 찍으며 "만들어진" 장면을 연출해내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가 생각했던 "비정치적인" 만남이 "정치적인" 기사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다행히 평범한 관광객 밴에서 내린 팀은 문 전 대표님과 측근 몇 분, 그리고 현지 코디네이터인 네팔 분까지 단출했다. 사진기라곤 동행하신 분이 가진 작은 카메라 하나. 무엇보다 단출하게 사무실에서 차나 한잔하자며 커피숍까지 갈 필요 없다고 말하신 문 전 대표님이 참 인상 깊었다. 그래서 우리는 간단하게 유니세프와 유엔디피를 방문해서 업무를 설명해드리고 옥상에 있는 간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나중에 들으니 대사관에서도 의전을 따로 하거나 그런 것이 없었다고 한다. 문 전 대표 측에서도 그렇게 요청을 했다고 하고. 사실 엄밀히 말하면 문 전 대표님은 '전직 국회의원, 전 당 대표, 전 대선후보 = 지금은 일반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 불필요한 의전을 없애는 것이 비상식의 상식화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우리도 부담이 없었고, 그런 걸 기대하지 않아 보이던 문 전 대표 측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네팔에 오는 높으신 분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알기에 문 전 대표님의 방문이 그리 소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매력적인 사람
정치인은 사람의 마음을 사야한다고 한다. 그것도 짧은 만남과 대화 속에서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자질일터. 1시간 반 가량 짧은 만남이었지만 문 전 대표는 겸손했고, 경청할 줄 알았고, 따뜻했다. 정치인으로 느껴지기보다 뭔가 큰 어른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불필요한 권위가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런 분이었다.
대부분 그런 높으신 분들이 오면 젊은이들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많이 하기 마련인데 반대였다.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였을까? 우리가 엄청 얘기했고 문 대표는 끝까지 들으시며 질문도 하시고 그랬다.
나는 문 전 대표님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했지만 한 3가지 정도가 기억이 난다.
첫째, 개발협력이나 원조는 가난한 나라에 퍼주는 시혜의 개념이 아니다. 이 업계도 엄청 전문화 되었고 국제규범이란 것이 있다. K-pop 틀어주고 한국 음식 좀 가져다준다고 그게 원조가 아니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려면 개발협력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문 전 대표는 한국이 유엔분담금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국제기구에 관심이 많은데 코이카(KOICA)를 예를 들며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지속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째, 정치를 할 기회가 정치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다양한 인재들이 들어와야 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정치인이 평생 직업이 되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된다고. 특히, 내가 이번 총선 때 관심 있게 봤던 비례대표 후보분이 계셨는데 비례대표가 되지는 못하셨다. 문 전 대표님이 영입한 후보인데, 그런 새로운 전문가들이 들어와서 정치에도 자극을 줘야하지 않겠냐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아마 그 후보가 지역구로 나왔으면 더 경쟁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아쉬워하셨다.
셋째, 마지막으로 덜 권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해달라고 했다. 한국사회가 아직 곳곳에서 권위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정치판도 그 중에 하나라고. 특히 문 대표처럼 정치의 중심에 있는 분들부터 덜 권위적이여야 하지 않겠냐고. 적어도 국민을 상대할 때는 더욱이나 덜 권위적이여야 하지 않겠냐고. 그런 부탁을 드리며 유권자로서 문 전 대표님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물론 나이스하게 말했다.
같이 오신 분들이 재미있으셔서 (특히 소설가 박범신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무엇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여기가 네팔이고, 문 전 대표님도 업무의 일환이 아니었으니 그렇지 않았나 싶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이런 소박한 환경에서 만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투표가 가장 좋은 정치 참여임은 틀림없다. 허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꽤나 효과적인 정치 참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전 대표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유권자로서 정치인에게 한국정치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 특히나 내가 일하는 유엔,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관심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의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문 전 대표님이 귀국 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되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으로의 문재인 씨가 되었든, 정치인으로의 문재인 씨가 되었든, 네팔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좋은 열매로 맺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재인탐구생활’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김형준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네팔 지진 이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구호 활동을 계속하고 계시는 네팔에 계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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